경남의 맛, 토박이의 입맛: 식당의 발견, 원성윤, 2015

식당의 발견 : 통영, 진주, 남해, 사천 편8점
원성윤 지음, 한상무 사진/타이드스퀘어

책에 대해 말하기 전에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든다. 책 나오자마자 사놓고, 책상 가장 잘 보이는 데까지는 갖다 놓고 안 읽었다. 반년도 넘어서 읽은 게 미안하고, 서평 좀 써보라 했는데 ‘읽지 않음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은 잘 모르니 쓰지 못해 미안하다. 몸이 아파 집에 누워 있으면서 한달음에 읽었다. (저자도 순식간이면 읽을 수 있다 했었던 게 생각난다.)

일단 맛집 정보로서 이 책은 우수하다. 책에 등장하는 17개 맛집 중 2군데(하연옥-진주냉면 / 분소식당-졸복국) 가봤다. 대부분 토박이만 아는 집 맞다. 네이버 검색해도 잘 안 나오는 집들이고, 허핑턴포스트에서 본 사람 정도나 찾을 수 있는 집들이다. 이 책 하나 들고 통영-진주-사천 여행 혹은 남해-(고성)-통영 같은 동선으로 여행을 다니면 먹거리는 해결된다. 기껏 2박 3일 갈 건데 10끼를 먹겠나? 그런 의미에서 나온지 반년이 넘었지만, 싱싱한 이 정보를 사시라.

사실 책 좋으니까 사라는 말만 하고 싶었던 던 아니고, 통영사람으로서 저자가 갖고 있던 경험, 습관, 생각에 대해서 절친이라면서도 잘 몰랐던 걸 발견했다고 전하고 싶었다. (그게 불쑥불쑥 튀어나와 재미있어 읽으라는 말이다.)

“집에서 멍게, 굴은 늘 때마다 나오는 반찬이었다. 통영에선 고기를 먹겠다며 간 돼지갈비 집에서도 ‘깔려나오는’ 반찬이 저 정도였다. 그래도 그 중에 내 입맛에 제일 맞았던 건, 어머니가 해준 굴젓이었다.”(14)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통영으로 내려왔다. 김치에 절어 있는 멸치를 보자 ‘오 마이 갓’을 외쳐댔다. 애들 눈에 김치 가운데 생선 수준의 멸치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이 몹시도 생경했던 모양이다.”(15)

10년이 넘게 알고 지내면서, 둘이서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 거제도 내려가고 거의 못 보지만, 그 이전까지 뻗을 때까지 같이 마신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장소도 서울 부산 전주 찍고.. 서울에서도 술이 있는 곳은 같이 깨나 많이 다녔다. 근데, 그 때마다 ‘간’에 대한 감각이 달랐던 것 같다. 전주 서신동에서 막걸리에 만취한 순간에도, 부산 자갈치 포차에서 모듬화에 C1을 마실 때에도.. (지금 같으면 ‘좋은 데이’를 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애인 내게는 그런 것들이 대수롭지 않았는데, 생생한 감각이 책에는 있었다. 특히 자갈치 포차에서 회 먹을 때 “이런 거 통영 가면 줘도 안 먹는다”할 때 그 말을 흘겨 듣고 ‘까다롭네’ 정도 했는데, 나도 막상 남해안에서 지내면서 회 감식안이 조금이나마 생기다보니 이제는 너무나 공감이되어버리게 된 거다.

멸치회를, 김치에 절어있는 멸치를 보고 ‘오 마이 갓’ 하는 감각을 내가 좀 더 일찍 느꼈다면 훨씬 더 풍부한 술자리를 만들었을 것 같은데.. 하우스 맥주/와인/이자카야에 등 홍대-합정-이태원이라는 서울 애들의 어쩌면 판에 박힌 음식들, 그리고 을지로 회식푸드만 좋다고 만날 가자 했던 게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 때 통영 한번 놀러 가자 할 걸. 지금도 거제에 있으면서 책에 나온 식당들 저자가 결혼하기 전에 같이 못 가본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삼천포에서 빠져 나오자면. 이 책에는 갱남 맛집 정보와 더불어 그런 디테일한 식문화의 디테일이 살아 있다. 나이에 비해 조숙한 만담이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주변의 상황이 많이 좋아지면, 식당 같이 돌아 다니며 한잔 하고 싶다. (부모님 쾌차를 빈다.) 특히 부산에서 먹었던 허접한 전어 말고 제대로 된 ‘원조물회집’ 전어도 괜찮겠다 싶다. ‘좋은 데이’ 마시다 ‘화이트’로 바꿔도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