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2년까지의 목표와 지금의 과제

빌 게이츠는 2012년부터 자신의 블로그 gatesnote Reading Lists를 통해 서평과 독서 목록을 내놓고 있다.

빌의 독서목록과 서평을 읽다보면 “실리콘 밸리는 거품”이라고 아무리 외쳐봐야 한국의 산업보다는 유능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고 더 치밀할 거라는 ‘선입견’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50살이 넘으면 ‘CEO를 위한 인문학’이나 성서(성경), 공자와 노자 밖에 읽지 못하는 한국 재계 엘리트들과 빌 게이츠나 에릭슈미트 같은 실리콘 밸리 경영자들이 과연 비교나 가능한 것인가? 스티브 잡스는 말할 것도 없고.

1년 12달 365일 중 책을 10권을 읽을까 말까한 한국의 경영자들이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을 결국 이길 거라고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이계안을 좋아했던 이유는 하루에 책 한 권 이상을 읽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사실 실리콘 밸리가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수뇌부가 대개 1년에 100권 가까운 독서력을 자랑한다. 실제로 휴가 때 10권의 책을 읽고 온다.

국가가 주도한 성장 궤도에 올라가 글로벌 기업 초입까지 가봤던 한국 기업들은 더 큰 구조조정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이 순간 개인적 차원에서 있어서도 ‘한국식 커리어 패스’라는 것은 의미가 점차 퇴색하고 있다. 당연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 택해야 하는 것은 정몽구 이건희의 길보다는 빌 게이츠의 길이거나 에릭 슈미트의 길, 또는 이해진이나 김정주의 길일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나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어차피 책 읽어서 여기까지 온 내가 가장 쉽게 택할 수 있는 길은 역시나 광범위하면서 깊은 독서. both extensive and intensive. 사실 책을 계속 읽던 사람은 다 아는 그 길로 가는 것 뿐이다. 단 하나 추가된 전제는 영어에 대한 문해력 하나. The Economist에 대한 강조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목표와 과제

그리하여 2042년에는 내가 뭐가될지 모르겠는데, 다만 빌 게이츠처럼 환갑 먹고도 쏟아져나오는 따끈따끈한 책들을 냉철하게 리뷰하고 블로그에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글도 그 만큼 잘 쓰고 싶다. 물론 그 글을 읽고 싶은 사람이 많을 정도로는 명망이 있는 포지션에 갈 것이다.

그 기준에서 생각한다면 술처먹고 놀 시간이 없다. 맥주 한 잔이 사치일 순간이 오리라 생각한다. 읽고 또 읽고 또 쓰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어느 커뮤니티에 있어야 할지도 어느 정도 선명해진다.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인식공동체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서로의 성장을 독려할 수 있는 공동체 혹은 조직.

2010년의 고민, 잠시 접어뒀지만 결국은 확장이다. 2042년, 글로벌 세계를 같은 지평에서 읽고 듣고 말하고 쓸 수 있는 사람. 그 걸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