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필터 버블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Wired Nov 7, 2016)

온라인이 만들어내는 분리주의는 과연 극복이 가능할까? 이제는 심지어 서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데?

와이어드 11월 7일자 오피니언에는 페이스북과 구글이 구사하는 ‘필터 버블*’이 어떻게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쳤는지가 올라왔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검색은 사용자가 자주 검색하는 검색어를 이용하여 이에 대한 연관검색어를 물리거나, 이슈 포스팅을 뉴스피드에 시현 한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민주당 지지자이며 진보진영 이슈에 관심이 많은 네티즌은 페이스북 앱과 페이스북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특정 성향대로 이슈에 좋아요와 댓글을 남기게 되며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포스팅은 보지 않게 된다. 구글에서 ‘대통령 선거 후보’를 검색할 경우,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 외에는 민주당 ‘잠룡’들을 우선적으로 보게될 확률이 높아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구글 엔진과 페이스북을 자신의 선호에 맞게 ‘길들이는’ 것에 가깝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과는 분리되는 효과를 만든다.

결국 ‘우리편 전문가’와 ‘우리편 논객’, ‘우리편 머글’끼리 서로 상승효과를 볼 뿐 ‘저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는 건 차치하고, 아무 정보도 못 갖게 된다는 것이 쟁점이 된다. 마케팅 이론은 ‘동료 관점(peer view)’과 추천을 통한 성공을 맛 보았고, 페이스북이 ‘정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광고’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책임을 면피하려는 방책이다(마크 저커버그가 중언부언 말을 돌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어쨌거나 소비와 정체성과 정치적 성향은 함께 정렬되게 되고, 일체감을 주는 집단끼리 모일수록 ‘저들’에 대한 혐오가 커지고 적대가 커질 따름이다.

(*필터 버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에 맞추어 필터링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이미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같은 단어를 검색 하여도 이용자에 따라 다른 정보가 화면에 등장 하는 것(위키백과))

 


 

원문: Your Filter Bubble is Destroying Democracy

당신의 필터 버블이 민주주의를 파괴한다(Wired Nov 7, 2016)

2016 미국 대통령 선거 전날, 나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팔로어, 웹사이트 실적, 구글 검색 통계를 비교했다. 데이터를 통해 트럼프의 인기 정도를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는 모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클린턴보다 더 많은 팔로어가 있었다. 또한 그의 포스팅은 더 높은 참여도를 이끌어냈다.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소셜 미디어에서 150만 번 공유돼 “도널드 트럼프”라는 단어로 두 번째로 많이 인기 많았던 기사의 헤드라인이 “내가 도널드 트럼프를 찍는 이유”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전히 그 이야기는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 잡히진 않는다. 나는 뉴욕에 사는 많은 리버럴 친구들에게 물었고, 그들 모두는 그런 기사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글로벌 빌리지였던 인터넷은 매일 서로 거리를 둔 채 표류하는 고립된 디지털 섬들로 대체 됐다. 당신의 페이스북 뉴스피드부터 구글 검색 까지, 온라인 환경이 점점 더 개인화됨에 따라 인터넷의 섬들은 좀 더 분리되고 방음처리 된다. 2008년 버락 오바마를 당선시키는 것을 돕고, 2011년 아랍의 봄을 전파하는 것을 돕던 인터넷은 브렉시트를 이끌고 도널드 트럼프를 당선시킨 인터넷과 다르다.

Paw Research에 따르면, 61%의 밀레니엄 세대가 페이스북을 정치에 대한 뉴스를 얻는 첫번째 소스로 활용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스스로를 뉴스 소스로 인정하길 거부한다. 대신, 페이스북은 광고 제공 크기와 참여도를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페이스북 피드는 지난 번의 클릭과 ‘좋아요’ 행위에 기초해 개인화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관점과 비슷한 정치 컨텐츠를 주로 소비하게 된다. 그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경우, 우리는 협소한 시각을 키우게 된다. 페이스북의 안전 지대(comfort zone)는 드물게 우리를 반대 시각에 노출시킬 따름이다. 그 결과, 우리는 결국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편향의 희생자가 되어버린다.

리버럴 뉴요커로서 몇 달 전, 내 페이스북 피드는 #ImWithHer 이나 #FeelTheBern 태그가 달린 컨텐츠로 가득 찼다. 더불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오바마가 최고’라는 헤드라인을 단 기사들도 있었다. 나는 그 컨텐츠에 몰입했고, 그 결과 나는 사일로에 갖혔다. 토론을 하려고 하면, 나의 피드는 트럼프 스캔들과 왜 우리가 힐러리 클린턴과 함께 해야하는지로 변한다.나는 뉴욕 타임즈나 워싱턴 포스트 같은 리버럴 미디어에서 나온 기사들만 봤던 것이다. 미디어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알지만, 비판적인 시각은 일방적인 (리버럴들의) 프로파간다에 습격당한 채 점차 덜 예민해져버렸다.

나는 힐러리 클린턴이 더 나은 의견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페이스북에서 내 믿음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컨텐츠를 충분히 보지 못했다. 이제 나는 매월 6,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방문하고, 수백만이 소셜 미디어로 공유하지만, 내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폭스 뉴스 기사를 읽으러 일부러 찾아 가게 된다.

우리의 디지털 세상에서의 사회적 존재는 주로 ‘좋아요’를 눌러줄 비슷한 견해를 가진 사람끼리 토론할 따름이고, 종종 공포와 외국인 혐오로 오도되는 사회적 거품에 침투하는 데 절망적으로 실패해버린 거대한 반향실(echo chamber: 방송에서 에코 효과를 만드는 방) 속 자아로 변해버렸다. 이런 상황은, 피어 뷰(peer views: 동료들의 관점)와 추천이 마케팅에 있어 가장 설득력 있는 양식으로 강력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무슬림으로서, 아프리칸의 아랍인으로서, 그리고 이민자로서, 나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무리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절반의 미국인이 인종주의자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많은 트럼프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정책에 의해 직접 영향을 받게될 친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자신의 투표에 대해 다시 생각했을 거라고 본다. 폭스 뉴스가 얼마나 오바마 대통령이 엉망인지 보도하는 것은, 미시간주에 사는 내 친구가 오바마가 집권하는 동안 얼마나 삶이 나빠졌고 왜 늘 찍던 민주당 대신 공화당을 찍었는지 말하는 것과 다르다.

페이스북 혼자 그런 게 아니다. 구글도 당신의 위치와 이전 검색과 클릭에 기초해 검색 결과를 필터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디자인한 소셜 버블은 당신의 미국에 대한 현실을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만을 보고 듣는다. 선거 결과 전까지, 미국인 절반보다 조금 더 많은 우리 쪽 사람들은,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이 트럼프를 찍을만큼 절망적이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트럼프가 얼마나 미친 소리를 했는지를 보면서, 클린턴이 트럼프를 손쉽게 꺾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딘가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 분명한 수학자들이 정교하게 발전시킨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현실-세계 안에 있는 공동체들은 여전히 피부색, 계급 그리고 정치적∙문화적 관점으로 분리되어 있다. 페이스 북과 구글과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들 역시 비슷하게 분리되어 있다. 우리는 스크린의 반대편에서 우리처럼 듣고 싶고, 생각하고 느끼지만 동시에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인터넷은 오바마가 처음 당선 되던 8년 전에는 공동체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좋은 역할을 했었다. 그 덕택에 미국은 지금보다 더 나았던 거다.

Mostafa M. El-Bermawy (WorkZone 마케팅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