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기 ⑥ – 운수 좋은 날(2008/10/4)

운수 좋은 날
감독 페르잔 오즈페텍 (2008 / 이탈리아)
출연 이사벨라 페라리, 바레리오 마스탄드레아, 발레리오 비나스코, 니콜 그리마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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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날 보았던 첫 영화다. 사실 집에 가려 했었는데, 영화도 좀 보고 싶고, 전날 만났던 후배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헤어지기 아쉬워서 두 편의 영화를 더 끊었다. 두 편의 영화를 더 보았던 것은 대영시네마 였는데, 원래 PIFF 거리라는 말이 남포동에 생길 때, 대영시네마/부산극장/CGV 근처를 일컬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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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포동 거리는, 지금의 서울 종로3가와 2가 블록을 연상시키는 그런 느낌이었고, 명동처럼 브랜드 의류 매장들이 즐비하게 펼쳐지고 먹자 골목이 펼쳐진 곳이었다. 그래서 낯설지 않으면서 낯설었다. 매번 보던 것들을 부산에서 봤기 때문에 &#8216;부산&#8217;이라는 이방인의 골목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8216;부산&#8217;이란 외지에 대한 &#8216;신비감&#8217;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서울과 닮은 그곳이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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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건, 점심에 복국을 먹고나서는 전날 먹은 술이 깨지 않아서인지 여전히 머리가 얼얼했고, 복국 때문에 독이 스며들어 그런 거 아닌가 하는, 서울 촌놈의 어처구니 없는 고민을 하다가, 영화관으로 들어갔다.<br /> <br style="color: rgb(48, 88, 210);" /><span style="color: rgb(48, 88, 210);"><운수 좋은 날>은 이탈리아 영화이지만, &#8216;한국영화&#8217;의 범주에 넣고 싶은 그런 영화다.</span><br style="color: rgb(48, 88, 210);" /><br /> 손버릇이 나빠서 아내 엠마와 이혼한 정치인의 경호원 안토니오. 아이들은 아빠를 그리워 하면서 또한 경계하고, 아내는 그런 남편과 같이 사는 것이 얼마나 파멸적인 결론을 낳을 수 있는 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와의 재결합을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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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안토니오는 한국의 보통 80~90년대 나왔던 아빠들마냥 자신의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여전히 자신의 ex-wife가 자신의 아내인 것처럼 생각하고, 자신의 아내 엠마가 자신을 여전히 한편으로는 그리워하고 사랑할 거라고 믿는 남자이기에, 자신의 전 부인에게 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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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n style="color: rgb(243, 112, 155); font-weight: bold;">남편과 이혼하고 싱글맘으로써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백방으로 열심히 뛰는 엠마. 하지만 으레 그렇듯, 나이 많은 데다가 예쁘지도 않은 여자에 대해 이탈리아 사회도 별로 관대하지 않다. 텔레 마켓팅을 하는 엠마는 회사에서 짤린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약 열심히 먹고, 화장도 열심히 하는 엠마지만, 할 수 없는 것이었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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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토니오는 마침 그날 전 부인에게 전화를 하지만, 그녀는 그의 전화를 냉담하게 끊을 수밖에. 해고 통보를 받고서 나온 아내를 남편은 억지로 차에 태운다. 그리고 진부한 레퍼토리지만, 안토니오는 엠마에게 &#8220;같이 살자. 애들 데리고&#8221;라고 말한다. 당연히 엠마는 거절했겠지. 점차 흥분하는 남편. 급기야 &#8220;너 그 새끼 거시기가 좋았어?&#8221;라는 말에 힐난하는 엠마를 주먹으로 내지른다. 또 으레 한국의 남자들이 그러듯이 때려놓고 놀란 안토니오는 &#8220;괜찮아?&#8221;를 연발하면서 휴지를 건네고, 엠마는 내려달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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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맘대로 되지 않는 아내를 어떻게 할까? 이 상황에서 그 남자의 선택도 전형적인 데, 엠마를 강간하기 위해서 숲으로 끌고 들어간다. 하지만, 역시 그 여자도 그 남자의 패턴을 알기 때문에 넘어가 주는 척 하다가, 도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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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src="http://submania.dothome.co.kr/wp-content/uploads/1/48f039898a2a697.jpg" class="aligncenter" width="450" height="299" alt="" filename="[SNAP]043.jpg" filemime="" /><img src="http://submania.dothome.co.kr/wp-content/uploads/1/48f039899d5979F.jpg" class="aligncenter" width="336" height="448" alt="" filename="WC_Perfect_Day_01(1).jpg" filemime="" /><br /> 어떻게 되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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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8216;아빠 노릇&#8217;을 하려하지만, 엠마에게 전화한 아이 때문에 열받아서 모두다 죽여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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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의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집에 들어가는 길, 울려퍼지는 전화. 아.. 가슴이 답답하다.<br /> <br style="color: rgb(92, 127, 176);" /><span style="color: rgb(92, 127, 176);">이야기와 묶여서 같이 따라가는 안토니오가 경호하는 정치인의 아들과 정치인의 아이를 가진 여자의 러브스토리 라인, 그리고 엠마 딸의 선생님의 이야기가 같이 물려서 삼중주를 형성한다. 엠마 딸 선생님의 이야기는 &#8216;전화&#8217;상으로만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정치인의 정부를 사랑하는 정치인 아들의 이야기는 또한 하나의 &#8216;먹먹함&#8217;을 선사한다.</s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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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탈리아의 영화를 제대로 본적이 있었던가 싶긴 한데, 정서가 우리랑 유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가족주의가 강하게 뻗쳐있고, 자식에 대해 대하는 엠마/안토니오의 태도랄지, 할머니의 태도랄지, 선생의 태도랄지. 다만 이혼이라는 것에 대해 더 솔직하게 묘사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정말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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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르잔 오스페텍 감독을 모르고, 또한 여기 나온 배역들도 잘 모르지만. 어쨌거나, 영화의 색감은 너무 찬란하면서 예쁘고. 또 어둠에 비치는 푸른 빛이 좋았다. &#8216;올드보이&#8217; 정도의 색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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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원제인 A Perfect Day를 <운수 좋은 날>로 번역한 번역가의 센스에 찬사를 표하고 싶다. 염상섭의 <운수 좋은 날>이 연상되면서 영화는 더욱 흥미 진진해지고, 그 앞날에 대해 &#8216;비극적&#8217; 심상을 심어볼 수 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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