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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행기 ④ – 한옥마을의 간판 바라보기 : 손글씨 Calligraphy in Korea
2008/11/08 – [Culture/Travel & Play] – 전주여행기 ① – 전주에 도착하다. 2008/11/11 – [Culture/Travel & Play] – 전주여행기 ② – 맛집기행 : 왱이 콩나물 국밥집, 서신동 막걸리 골목에 가다 2008/11/11 – [Culture/Travel & Play] – 전주여행기 ③ – 최명희 문학관 |
“전주에서 가장 좋았던 게 무엇일까”하고 생각하면, 단박에 떠오르던 것이 있다. 사실 전주에 도착하자마부터 카메라를 들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전주의 멋진 간판들을 찍고 싶었던 것이다.
Calligraphy’캘리그래피’ 가 새로운 트렌드가 이미 되고 있다는 생각인데, 한동안 인쇄 활자에 밀려서 영화간판부터 시작하여 모두 손글씨보다는 규격에 맞는 글씨들이 사용되고 있었던 시절에서 바야흐로 벗어나, 이제는 손글씨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언지 슬슬 사람들이 알게 되는 듯하다.
감히 말해 캘리그래피 혁명의 시대라 할 수 있겠다. 이야말로 포디즘에서 포스트포디즘으로 전환되는 ‘생산체제’의 전화에 걸맞는 방향이고, 문화적으로도 ‘모더니즘’이 주는 기계적 세계에서 벗어난 ‘포스트모더니즘’의 탈중심화된 세계의 반영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전주에서 그 캘리그래피 혁명의 표현을 느꼈다. 톨게이트에서부터 시작이다.
차를 세워서 볼 수만 있었다면, 쫙 클로즈업 해서 찍고 싶었는 데 할 수 없지.
전주 톨게이트 입구의 손글씨는 한옥마을에서 만나게 될 손글씨들의 시작에 불과하다.
자, 이제 예쁜 전주 한옥마을의 손글씨들을 감상해 보자.
밤에 만난 한옥마을의 풍경들이다. 특히 저 ‘밥’이라는 글자가 나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온고을소리청에서 가란이가 자전거를 끌고 나올 듯한 느낌도 받았고…
모두가 옛스럽지만 구닥다리가 아니고, 완벽한 대칭이 아니지만 균형있는.
모두가 똑같이 구획된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빽빽하게 살다지쳐 집에서 TV를 보는 시간 마저도 똑같은 객쩍은 농담이나 들어야 하는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건, 이 손글씨가 주는 ‘여백’이 아닐까?
마음의 ‘여백’ 그리고 그 ‘여백’을 느낄 수 있는 만큼의 실제적인 ‘여가’가 필요한 건 아닐까?
제도기를 가지고 작도하듯이 만들어 낸 글씨를 읽어내는 사람과, 손으로 쓰인 인간의 감정의 흔들림이 묻어있는 글씨를 읽어내는 사람이 같을 수 있을까? 그 감정 사이 사이의 행간을, 그리고 글씨 한 획 사이 사이에 들어있는 몰입의 흔적을 우리는 공장에서 찍어낸 글씨를 통해서 읽어낼 수 있을까?
전주의 손글씨들은 우리에게 항의하는 듯했다. “아침에 우유한 잔, 점심에 패스트푸드, ….” This is the City Life. 그 City Life를 버리라고 말이다. 그게 당신들의 살 길이라고…
손글씨들이 그렇다하여 고루한 조선시대 양반들의 엄숙함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손글씨들은 우리에게 익살을 보여주고, 그리고 한 편으로 단아하지만 소박한 멋을 보여준다.
손글씨는 우리가 ‘진보’된 세상에 산다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무엇과 공존해야 하고 무엇을 잃을 수 있는 지에 대한 비유를 보여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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